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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아빠 왈: 넌 돈 하마야!! 아니.. 난 어른 연습 중인데..

by 허재희 201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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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학원에 가면 저는 '허재희씨~' 라고 불려집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학생~ 이라고 불리는 것이 익숙해서 조금 어색했지만 도로주행까지 배우는 시기가 되니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어른 되는 것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운전대를 잡은 일!! 저는 2종 보통을 따기때문에 운전을 하는 것이 놀이동산의 범퍼카를 타는 기분입니다. 필기를 통과하고 기능을 공부할 때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가면서 밟는 것이 마냥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조석이 아닌 운전석에 앉으라고 할 때의 기분은.. 제가 아빠가 된 기분? 이었습니다.  아빠가 운전하던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빠처럼 운전을 하려고 하니 속도를 30으로 달리고 있는 제가 웃겼습니다.

 

오늘은 학원을 나가서 도로주행을 하는데 짱!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 차가 많아서 진로변경을 하는 것에서 깜박이를 넣는 것이 힘들어서 어려움이 조금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괜찮았습니다.

 

앞, 좌, 우로 눈알을 돌리면서 주변의 차 상황 속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을 해보니 아빠에게 조금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가 운전을 할 때 뒷자리에 앉아서 동생들이랑 시끄럽게 이야기하고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서 엄마에게 재잘댔었는데.. 이렇게 신경 쓰이는 상황에서... 재잘대면 완전 짜증났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번째!! 헤어스타일~ㅎㅎ 입시생 일때는 드라이와 손질이 필요한 머리라면 질색이라고 싫어했었는데.. 이번에 수능이 끝나던날. 머리모양을 바꿨습니다. 물론... 제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헤어스타일이라서 굉~~~~장히 싫어했는데...(미용실이모가 들으면 속상하시겠네..)

 

정말.. 학교에서 지나가는 친구들 마다 "어 허재희 머리바꿨나? 왜 잘랐는데?"."아줌마 같다." 라고 들으면... 진짜. 짜증났지만.. 하루 이틀 지내다보니 익숙해지고.. 어쩔수 없으니 체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라이를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조금씩 손질하니 그렇...게 아줌마 같지는 않았습니다.

 

또하나 마음에 드는 것은 나름 어른스럽게 옷을 샀습니다. 니트를 사고 싶어서 친구랑 백화점에 갔는데, 엄마랑 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끼리 원하는 매장 갔다가 싸다는 것 찾아보고 이벤트 홀도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마음에 드는 니트와 티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하의는.... 치마를 사고 싶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다리를 보고..ㅋㅋㅋㅋㅋㅋㅋ 운동 해야겠다는 생각을 빡!!! 하고 요즘 박봄 다리 운동과 줄넘기, 스쿼트로 달리는 중~^^

 

아빠가 저를 요즘 '돈하마'라고 부릅니다. 안경을 바꾸고 싶고, 렌즈를 사고 싶다고 일주일을 조른 결과.. 어제!! 드뎌 사러갔습니다.

 

유행한다는 동그란 안경테로 바꾸고 싶어 이것 저것 보다가 최근에 나왔다는 신소재로 만들어져서인지 편한 안경을 하나 사고.. 렌즈도.. 눈에 피로를 덜 주기 위해 조금 비싼게 좋다는 안경사의 추천으로 조금 비싼거... 사고... 하.... 아빠가 돈하마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는 이유..

 

저번 주에 가족들이랑 목살55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가 제가 아빠께 술을 가르쳐달라고 했습니다. 수능 전부터 아빠에게 술을 배우겠다고 했는데 딱히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빠가 소주를 시키시길레, "아빠 저도 한 잔 마셔볼래요~" 하면서 소주잔에 소주를 받았습니다.

 

아빠는 먹는 방법이랍시고.. 고기를 조금 씹은 후에 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술을 입에 넣고 머금으면서 마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홀짝! 마셨는데.. 아빠가 시킨대로 마시니.. 소주맛이 입안에 확~ 풍기면서 너무 썼습니다.ㅠㅠ

 

결국 저는 한 잔도 못 마시고 사이다를 마셨습니다. 술... 무슨 맛으로 먹지? 라는 생각으로 제가 술을 배우는 것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저는 왠지 모르게 술을 잘 마시고 싶습니다. 제가 이 말을 부모님께 하면 엄마도 아빠도 술을 잘 마셨으니까 너도 잘 마실거야~ 라고 하십니다. 아는 쌤은 술은 마실 수록 느는 것이라 하고..

 

대학가면 MT한다고 엄청... 마신다고 하니까.. 술 맛은 알았으니.. 아직은 쫌.. 안마시고 싶은 게...ㅎㅎㅎ

 

아빠가 요즘 시즌권이라는 느낌으로 돈을 많이 쓴다고 뭐라... 하신다.. 그래서 내가 집에 오면 동현이 간식을 더 챙겨주고 눈치보며 설거지하고 청소기를 열심히 밀어서 집이 깨끗한지도 모른다.

 

고3은 황제고, 고4는 눈칫밥이다. 돈하마. 내일은 꽁짜로 농구보려고 2천원 버스비를 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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